공금 거액 횡령의혹 공방-자선단체 등록 취소
장애를 가진 성인들의 모임체로, 창립 16주년을 앞둔 ‘성인장애인 공동체’(회장 박정애)가 내부직원의 거액 공금횡령 의혹과 자선단체 등록 박탈로 아예 ‘혼수상태’가 됐다. 운영비를 동포사회 기부금으로 충당해온 터에 ‘기금횡령’의 충격파도 크지만, ‘횡령이다’ ‘절대 아니다’는 당사자 간의 공방으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성인장애인 공동체는 사무장으로 일해 온 권 모(46. 여)씨가 운영기금을 5년여 동안 10만여$이나 유용, 개인 돈처럼 써온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고 박정애 회장과 전 회장 이창희 회계, 이사진 등이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했다. 공동체는 특히 이로인해 권 씨가 지난 3년간 회계보고를 하지 않았고, 연방정부로부터 자선단체등록(Charity Licence)이 취소됐다며, 비한인변호사를 통해 민·형사적인 책임추궁과 함께 자선단체 등록 조기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추궁에 권 모 전 사무장은 “회계보고 누락으로 자선단체 등록 취소를 초래한 것은 잘못이지만 공금횡령은 절대 아니며, 급여를 가져간 것일 뿐임에도 공금횡령으로 몰고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횡령의혹은 수사 혹은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 장애인공동체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장애인공동체 임원과 이사진의 15일 회견모습.
임원·이사 “전 사무장 5년간 10만여$ 횡령…민·형사 문책”
전 사무장 “급여로 가져가라 한 것 빼간 것…일부 내 잘못”
< 공동체 발표내용 >
공동체 이창희 회계와 박정애 회장 등이 공개한 기금유용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6년 4월부터 사무장으로 일해 온 권 모 씨가 2008년 4월24일부터 올해 8월16일까지 본인과 남편 명의로 급여는 물론 잡비, 강사료, 영수증이나 증빙자료 없이 지출한 수표총액이 18만7천$에 달하며, 이중에 급여로 볼 수 있는 액수를 제한 10만여$을 횡령으로 본다”고 자료와 배경설명을 통해 밝혔다.
또 “올 여름 장애인 여름 재활훈련(여름캠프) 비용 1만3천200$을 납부하지 않고 임의 사용한 뒤 최근 3천$만을 갚은 상태”라고 아울러 밝히고 “매년 개최한 ‘봄이 오는 길목’ 기금마련 행사와 바자회, 음식판매, 현금 기부 등으로 들어온 현금에 대한 유용규모는 추정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동체 박 회장 등 이사진은 “연방정부로부터 지난 7월8일 자선단체 등록 취소 사실과 회계보고가 3년간 안된 사실을 알고 권 사무장에게 조치를 지시했음에도 이행되지 않아 직접 회계사를 통해 회계처리 사항을 점검, 이같은 공금유용과 통장잔고가 220$에 불과한 사실을 확인하고 9월말 해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10월초 대면을 통해 자료를 제시하자 본인이 시인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면서, ‘여름캠프 유용금은 5개월내 분납하고, 10만여$에 대해서는 취업 후 월 5백$씩 갚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밝혔다.
박정애 회장과 이창희 회계는 “당사자가 성실한 모습으로 열심히 일해왔고 장애인들에 대한 애정도 보여 너무 신임하고 맡겼던 것이 상상도 못한 화를 불렀다”면서 “이사진의 관리감독 책임을 통감하며 공동체를 아끼고 후원해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당사자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공동체를 망가뜨린데 대한 응분의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과 동포사회의 다른 단체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16년 역사의 공동체가 새롭게 태어나 도약해야 한다는데 이사들이 뜻을 모아 공표하게 되었다”며 이사회의 감독소홀을 거듭 사과했다. 이와 함께 당사자가 횡령의혹을 부인한데 대해서는 “한 때 급여를 올려준다고 했더니 본인이 공동체 형편과 세금부담을 이유로 거부했었다”면서 월 2천$ 지급주장을 반박하고 “백번 양보한다 해도, 어떻게 영수증 하나 없고, 본인이 강사비를 가져가거나 남편 이름으로 수표를 발행할 수 있느냐. 잘못했다고 눈물까지 흘리고 이제와서 태도가 돌변한 것”이라고 격앙했다.
박 회장 등에 따르면 공동체는 지난 2008년 3월까지 한인 김 모 회계사(CA)가 회계감사를 해왔으나 이후 중단, 권 사무장에 회계 처리를 맡겨왔다고 밝혔다. 수표발행은 회장과 회계 2인이 서명하지만, 자주 출근해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2달마다 열리는 이사회 때 5~6장씩 서명한 백지수표를 주어 운영비용 지출에 사용토록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절대 해서는 안되는 개인용도로 입금해 유용했고, 남편 명의로 나간 수표도 7천500$이나 됐다고 지적하고 “정부에 내야할 세금과 고용세도 지불하지 않았고, 이사회에 하는 회계보고와 연말 정기총회 회계보고는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 회장 등은 공동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프로그램 운영비와 렌트, 급여를 포함해 연간 3~4만여$ 선이며 권 사무장의 급여는 2006년 채용시 3개월간 월 1300$, 이후 월 1500$씩 책정됐고 근무일 및 시간은 금요일 외에는 일정치 않다고 밝혔다.
< 권 전 사무장측 반박 >
이에 대해 권 전 사무장은 “공금횡령은 절대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씨는 “공동체측에서 내 급여를 월 1천500$씩 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이사회에서 수년 전 급여인상에 대해 논의를 한 후 당시 이창희 회계가 내게 월 2천$씩 네트로 가져가라고 했고, 그에 준해 가져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회계보고를 하면서 급여를 2천$로 보고했던 서류도 있다“고 밝힌 권 씨는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는 기록이 되어있지 않지만 분명한 사실이며, 그 외에 크리스마스 보너스와 봉급의 4%에 해당하는 휴가비 등을 빼가도록 했다. 또 모 단체를 겸직하면 그쪽에서 현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와서 급여를 1천500$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동체 세금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 “나 하고 정산을 다시 해보면 밝혀진다. 공동체가 말한 ‘횡령’금액은 급여“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창희 회계는 ”내가 2천$씩 빼가라 마라 할 입장도 아니었고 그런 적도 없다. 도움을 주려고 스카웃 제의를 알려줬을 때 그가 거절한 적도 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권 씨는 공동체측이 ”권 씨가 횡령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고 이메일도 보내왔다“고 한데 대해 ”10만$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사실이 아닌데 왜 인정하는가“라며 ‘여름캠프’ 비용건을 사과하고 갚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름캠프’ 비용을 일부 유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현장에서 비용을 쓰는 현금 등을 가지고 있다가 쓰게 된 것이고, 수표와 함께 입금이 늦어진 것으로, 1만3천200$ 전체를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1차로 3천$을 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씨는 또 회계보고를 소홀히 해 자선단체 등록이 취소된 것은 자신의 잘못이며 ”업무에 벅차 미루다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인정했다.
권 씨는 공동체가 밝힌 후원자 영수증 미발급과 사무실 임대비용 미지급 횡령의혹에 대해서도 ”후원금 내역을 6월과 12월에 모아 정리하면서 영수증도 그때 발행하곤 했다“고 해명하고 ”사무실 렌트도 지난해 못 주었지만 올해초 1천$, 그 뒤 5백$ 등 한꺼번에 주었다“고 말했다. 비상체제‥ 29일 창립16돌 행사는 열기로
“장애인 용기 잃지않게 관심을” < 위기에 처한 공동체 >
노스욕 열린한마음교회에 입주해 있는 공동체 등록 회원은 70명 선이지만 활동회원은 20여명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연회비 $30씩을 내며, 금요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사진은 이번 사태가 관리감독과 회계점검 시스템 부실에서 초래됐음을 인정하며 이후 철저한 체계를 갖출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앞으로 내·외부 감사를 두는 등 회계부정 요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원고갈과 자선단체 등록 취소로 위기에 봉착한 공동체는 현재 6명인 이사진의 십시일반과 열린한마음교회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운영을 해나가면서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다고 밝히고 “장애 회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질책하면서도 잘 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성인장애인 공동체는 이같은 비상상황 속에서도 창립 16주년 음악회 행사를 오는 11월29일(금) 오후 1시 열린한마음교회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과 민혜기 전 문협회장 등 이사진은 “고심 끝에 기념행사를 공동체 회원 중심으로 열기로 했다”면서 “각계 후원에 감사하고 새로운 결의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회원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사들은 특히 “이번 행사는 여느 해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위기에 처한 한인 사회 유일의 성인 신체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불이익을 당하거나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지않게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동포사회의 각별한 이해와 성원을 부탁했다. 자선단체 등록 취소로 세금공제 영수증 발행이 어렵게 된 공동체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 장애인 뒷바라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문의: 416-854-0736 > “안타깝다, 다른 단체들은?”
“회계·운영 불투명한 곳 많아… 장애인 외면 말아야” < 장애인 공동체 파문 각계 시각 >
성인 장애인공동체 공금유용 의혹 파문에 대한 한인사회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다른 각종 비영리 단체들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공동체를 매년 후원하고 있다는 박 모 씨는 “어려운 처지의 장애인을 위한 단체에서 횡령사건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을 외면해서도 안된다”면서 “돈 앞에 성인군자가 따로 없다지만, 우선은 당사자 양심의 문제이고, 철저하게 챙기지 않은 감독부실로 ‘견물생심‘의 유혹에 빠지게 만든 임원이나 이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모 단체 대표는 “넉넉하지 못한 동포사회에서 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져 불똥이 튀지 않을지, 정말 안타깝다”면서 “사실 난립했다고 할 수 있는 자선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경우처럼 소수의 몇 명이 운영진으로 장기 근무하면서 정기적인 수지 결산공개도 하지않는 등 투명하지 않아, 많은 도네이션을 받아서 과연 제대로 쓰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면서 몇몇 단체 이름을 거명하기도 했다.
모 교회 장로인 이 모씨는 “일부 의혹을 사는 단체도 있지만, 모범적으로 잘 해나가는 다수 단체들이 이번 사건으로 공연한 오해를 사고 뜻하지 않는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 뜻있는 후원자들이 도네이션을 망설이게 되는 등의 부작용은 없을지 걱정된다”며 “특히 성인 장애인공동체는 선천적 신체장애와 중도장애 등 사회적응이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일로 어려움에 봉착한다면 정말 불행한 일인 만큼 동포들이 더욱 신경을 쓰고 보살펴 꿋꿋이 걸어가도록 뒷받침했으면 좋겠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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