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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김치맨 홈피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947년 4월에 태어나서 한국에서 27년 살고서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온 김치맨입니다.
1974년 이민 온 이래 50년 가까이 토론토와 그 인근 지역에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다 하지요?
"내가 살아 온 얘기를 책으로 써낸다면? 아마도 열권도 더 넘을겁니다."
75평생을 파란만장하게 살아온 김치맨 역시!
앞으로 얼마동안이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사는 날까지는 버티어보아야 하겠지요?
B
rich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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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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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맨 사는 얘기] 취미농사꾼 김치맨 (Hobby Farmer)김치맨 2023-04-15
첨부 파일:  

[김치맨 사는 얘기]
 

취미농사꾼 김치맨 (Hobby Farmer)


심심하면 어쩌다 한번씩 Canada’s Gateway to Commercial Real Estate라는 http://www.icx.ca/를 들어가 본다.
거기 가서 Location에 Niagara Falls ON이라 치고 Agriculture - Hobby Farm 을 검색해본다.


왜냐구? 그냥!
실은 오래 전부터의 김치맨의 소박한 꿈이 은퇴 후엔 나이아가라지역 시골에서 취미농장(Hobby Farm)을 하며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꿈은 언제까지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뿐!
이제 은퇴연령이 지났는데도 은퇴 못하고 또 안하며 편의점을 계속하고 있다.


해밀턴 또는 브랜포드 도시들에서 40-50킬로 떨어진 궁벽한 Cayuga의 건물에서 7년째 편의점을 경영하고 있다.
꼴에 다운타운이라고 해서 여러 채의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운데 김치맨네 건물이 있다. 그런데 채소밭을 꾸밀 내 땅이 없다.


엘로라에 살 적엔 쓰러져가는 1.5층 짜리 초가 삼간이긴 해도 집의 옆과 뒤에 꽤 넓은 잔디밭이 있어 그 일부를 갈아 엎어 채소밭을 일구었다.


궁즉통! 이사온 다음해 봄부터 밀크상자와 대형화분들을 이용하여 텃밭을 만들어 덱(Deck) 위에 주욱 늘어 놓구서 농사를 지었다.
해마다 5월 어머니날 쯤에 고추와 상치 등의 모종을 사다 심는다.
 
작년에는 가게 뒤, 덱 아래에 길다란 상자를 만들고 흙을 채워 들깨와 미나리, 그리고 쑥을 좋은 친구로부터 얻어 심었다.
올해엔 또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건물 뒷쪽의 주차장 공간에 여유가 있으니 거기에도 상자를 짜고 흙을 채워 채소밭을 꾸미면 되지 않겠는가?
 
무슨 일이고 생각이 떠오르면 즉각 실천에 옮기는 성미다. 작년 가을 목재와 베니야로 된 메가진 랙(Wooden Magazine Rack)을 버리려고 가게 뒤에 내놓았는데, 그걸 해체해 상자를 만들면 되겠구나!


마침 어머니날이라 온 아들과 함께 폭 2피트 X 길이 7피트X 높이 18인치짜리 기다란 관처럼 생긴 상자를 짰다.
잡지진열대를 부셔서 나온 베니어판과 쫄대들을 이용해서 매우 훌륭한 폐품 재활용 제품을 만든 것이다. 만들고 보니 상자 높이가 너무 높다. 12-15인치로만 해도 충분할 터인데.
 

일요일 어미니날인데도 순킴을 가게 카운터에 서있게 하고 부자가 오전에 작품을 완성했다. 아들이 점심 먹고 토론토로 가야 한다기에 해밀턴 Go Train역까지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월마트에 들러 한포대에 1불짜리 흙(Economy Brand Top Soil) 20포와 3불짜리 퇴비거름(Compost) 4포를 구입했다. 구입비 37불! 그리고 오는 길에 가든센터에서 고추 모종 6 pot을 13불 주고 샀다.
 

풋고추용 고추모종 24포기 심는데 50불이 들었다. 상자와 흙은 앞으로 여러해 동안 써먹는 장기투자!
그리고 흙과 모종의 필요량은 상자로 된 채소밭의 면적과 용적을 따져보고 결정한 것이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상자에 흙과 거름흙을 섞어 퍼부어 채우고 즉시 고추모종을 심었다.
 

김치맨은 전라도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큰손자로 태어났다. 부친은 초등학교 교사, 조부모님은 가진 재산 없고 배우지도 못한 시골 농사꾼.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방학 때만 되면 시골 조부모님 댁에 가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농삿일도 거들게 되고 고교시절엔 지게도 지고, 저 건너편 산기슭에 일구어놓은 밭에 가서 일하시는 할머님을 돕기도 했다. 밤에는 호롱불 등잔 밑에서 형설의 공을 조금 쌓기도 했다.
 

그 탓인지, 이민 와서도 도시보다는 시골이 더 끌리고, 또 내 생업인 편의점+비디오 형태의 사업체는 역시 다른 엔터테인먼트가 별로 없는 시골지역에서 잘 된다.
 

가게를 하면서도 역시 피는 못 속이고 할머니의 어깨 너머로 구경해본 농삿일인지라 땅에 대한 욕심, 그리고 취미 삼아 힘 적게 들이고 놀아가며 슬슬 하는 취미농장을 꿈꾸어 왔다.
 

어쨋거나, 농사일은 쉬운 게 아니다. 그렇지만 작은 씨앗 하나가 싹이 트고 자라 수 많은 열매를 맺는 풋고추 농사는 재미있다.
 

참고로 고추는 채소가 아니다.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이다. 즉 고추는 1년생 식물이 아니라 다년생의 나무다. 열대성 작물인 고추나무는 온실에서 재배하면 3~5년을 키우며 한 그루에서 5,000개 이상의 고추를 수확한다 알려진다. 금년 가을엔 고추화분 몇개를 방안에서 키워볼까 한다.
 

우리는 풋고추를 여름 내내 따 먹는다. 생으로도 먹고 살짝 데쳐 멸치와 함께 간장에 무쳐먹는다. 친구가 놀러오면 한주먹 따 주기도 하고 콘도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갈 적엔 한봉지 갖다 준다. 돈으로 치면 얼마 안되지만 마음을 담은 것이다.
 

토론토의 콘도나 아파트에 사는 동포들도 발코니 또는 집안의 화분에 고추와 상추 등을 심어보기를 권한다. 한번도 해본 일 없어 엄두가 안난다고요? 인터넷 검색해 보세요. 구글 검색하면 다 나옵네다! 이 글 읽는 즉시 시도해보세요. 누구는 태어날 적부터 취미채소농장주(Hobby Veggie Farmer)였나요?
 

2014.05.26 .
김치맨

(토론토 발행 주간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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