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계절 캐나다의 가을은 너무 짧습니다.
토론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엘로라 계곡(Elora Gorge) 단풍 구경을 추천합니다.
(저희가 그 동네에서 9년간 살았거든요)
아래는 20년전인 2000년 10월에 쓴 김치맨의 글입니다.
엘로라- 훠거스 로맨틱한 나들이!
Elora -Fergus Romantic Getaway!
엘로라-훠거스(Elora-Fergus)는 단풍관광지로 유명하다. 온주 7대 단풍관광지의 하나이다. 매년 9월 동포신문들의 단풍관광 안내에도 소개된다.
그러나 사시사철 언제 와도 절대로 헛걸음 안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낚시, 여름엔 캠핑과 튜브타기 등 물놀이터로 꽤 유명하다. 1년에 4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높은 산이 있어야 골짜기가 깊고 물이 흐르는 법인데 그저 평평하기만 한 남부 온타리오이다. 그 때문에 골짜기와 강물이 있는 이곳이 유명하다.
토론토에서 120km 밖에 안 돼 당일치기 나들이(Day Trip)로 나설 수 있다.
401 타고 구엘프(Guelph)까지 와서 하이웨이 6 타고 북쪽으로 20Km 쯤 오면 엘로라-훠거스이다.
훠거스를 먼저 보고 싶으면 훠거스 시내의 관광안내소(Information Centre)에서 관광안내지도를 얻는다.
그랜드강(Grand River)이 훠거스 다운타운을 흐르고 강의 약간 상류에 낚시터로 유명한 벨우드호수(Lake Belwood)가 있다. 지방도 18번을 타고 동쪽으로 4키로쯤 가면 된다. 캐나다에선 보기 드문 저수지이다.
그랜드 강에서는 브라운 트라웃(Brown Trout) 등을 잡는다. 그랜드 강의 플라이 핏싱(Fly fishing) 낚시는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높다란 저수지 뚝(Dam) 아래 깊은 용소에는 이무기가 있음직도 한데 낚시줄 던지면 3초안에 메기(Catfish)가 지렁이 미끼 삼킨다.
백인들은 거들떠 안보는 메기이지만 우린 메기매운탕! 소주 한잔 걸치면 천하의 별미이지요. 다음에 꼭 낚시하러 오겠다고 다짐하고 바쁜 발길 옮기셔야죠.
훠 거스 다운타운의 훠거스-마켓(Fergus Market)은 꼭 한국의 시골 5일장 기분이 든다. 이 타운에 현대식 쇼핑센터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상업활동의 중심지 였음을 느낄 수 있다.
그 뒤에 그랜드강을 건너는 인도교(Foot Bridge)가 웅장(?)하게 가로질러 있다. 이름처럼 ‘그랜드’하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경치이다.
훠거스에서 서쪽으로 6 km 쯤 가면 엘로라(Elora)이다.
가는 도중에 매우 큰 우물(Elora Quarry)이 있다. 다이빙/점핑 금지 표지판이 있다.
(No Diving No Jumping at any time)
그러나 이는 단지 공원측의 책임회피용이고 여름철에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 3층높이의 절벽위에서 우물 속으로 뛰어 내린다. ‘풍덩!’, ‘첨벙’ 소리가 십리 밖에까지 들린다. 이 엘로라-퀘리는 영화 촬영의 배경으로 가끔 등장한다. 동포 관광업계에선 이곳을 ‘엘로라 선녀탕’이라 이름 붙였다.
강이 보이다 말다 하는 길을 따라 가면 엘로라가 나온다.
동네에 들어가서 한참 가면, 도로 오른쪽에 작은 상가가 있다. 거기에 Bargain Mart 가 있다. 치맨이네 가게! 잠깐 들러보고 헬퍼가 일하면 그냥 나온다.
신호등 건너 직진하면 작은 규모의 예쁜 상가지역이 나온다. 둘이서 다정하게 손잡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독특한 분위기의 점포 유리창안을 기웃거려 본다.
옛 물방앗간(Mill)을 개조하여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꾸민 엘로라-밀-인(Elora Mill Inn)은 꽤 유명하다. 온타리오주에 몇 안 되는 수력발전소가 건물 지하실에 있다. (140 KW 전력생산)
마굿간(Stable) 앞에서 둘이서 껴안고 그랜드강을 내려다 본다.
“자기! 나 사랑해?”
여인이 남자의 품에 안겨서 묻는다.
“그럼! 당신은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둘이는 오랜만에 사랑을 속삭인다.
하얀 물거품 내며 급류가 밀려 내려가는 강물 가운데 돌섬이 있고 나무들이 서 있다. 그 돌섬 이름은 치과의사들이 좋아할 ‘시간의 이빨!‘ (Tooth of Time!)이다.
나무로 된 가드레일에다가 ‘우리의 사랑! 영원히!’ 주머니칼로 새겨도 뭐라 할 사람 없다.
“우리 커피 한 잔 하며 좀 쉬었다 가자구!”
고풍스러운 호텔 안에 들어가 지하실로 내려가면 레스토랑과 커피샾이 있다.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보던 경치와는 또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폭포물 떨어지는 굉음에 잠시 이 세상일을 잊는다.
자, 이제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사 먹자! 아이스크림 가게와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벤치에 다정히 앉아 먹고서는 한바퀴 돌아보자. 마음에 쏙 드는 기념품(Souvenir) 한 개, 여인에게 사주면 그녀는 뛸 듯 좋아하겠지!
다음은 엘로라-고지(Elora Gorge) 구경이다.
엘로라-고지는 높을 고(高)자 고지(高地)가 아니다. 영어로 절벽을 뜻하는 고오지(Gorge)이다.
엘로라 다운타운 면사무소(Town Hall) 바로 뒤쪽에 잘 살펴보면 나무들 사이에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 보인다. 트렁크에서 준비한 운동화 꺼내 신는다. 여름에는 암벽등반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여기는 러버스-리프-파크 (Lovers Leap Park) 이다.
이승에서 못 다 이룬 사랑! 저승에 가서나 이루자고 두 연인이 서로를 꼬옥 껴안고 함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두 분은 꼬옥 껴안기만 해야 된다. 뛰어내리다가는 발목 삐어 고생한다.
포옹을 풀고, 옛날에 등산하던 실력 다 발휘해서 강바닥까지 내려간다. 남자는 기사도 정신으로 연인의 손을 잡고 내려간다. 둘이서 물가의 바윗돌 위에 앉아 소년/소녀 시절을 잠깐 뒤돌아본다.
북쪽으로 교각 하나 짜리 높은 다리가 외롭게 서있다. 그 다리가 엘로라-고지를 대표하는 경치이다.
물이 발목까지 차는 강을 양말 벗고 건너 저쪽으로 간다. 흐르는 물 따라 하류 쪽으로 간다. 바로 2개의 강물이 합류되는 웅장한 광경이 나온다. (Irvine Creek & Grand River)빙 둘러서는 하늘을 찌를 듯 높다란 절벽이다.
이 강물에서 여름엔 튜브타기와 캐누타기를 즐긴다. 내년 여름엔 꼬마들 데리고 꼭 다시 오겠노라고 다짐해도 좋을 물놀이 터이다.
참! 물 속의 돌맹이들을 들추고 가재를 잡아야죠! 바닷가재, 랍스터(Lobster)의 사촌인 크레이휫시(Crayfish)이다. 봄에는 새끼 가재, 가을엔 다 큰 놈! 가재 잡아 구우면 빨갛게 익지요!
다음 행선지는 보기 드문 역사의 유물인 키싱-브릿지 (Kissing Bridge)! 거기 가서 키스 안 하면 벌금 물게 됨!
엘로라 남쪽에 캠핑장이 있는 공원(Elora Gorge Conservation Area)이 있고 조금 더 가면 길 오른 쪽에 룩-아웃-포인트(Look Out Point) 가 숨겨져 있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그랜드-리버 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경치이다.
고국의 어느 강가 언덕 위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둘이 손잡고 고향생각 좀 한다.
또 가던 길 가며 농촌풍경 만끽하면, 스탑(Stop!) 싸인이 있는 네거리다. 도로를 건너 바로 첫 번째 도로에서 우회전! 강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바로 그 유명한 ‘벽과 지붕이 있는 다리(Covered Bridge)’, 일명 ‘누구나 입맞춤 하고 나야만 건너갈 수 있는 다리’(Kissing Bridge)가 그 멋진 자태를 드러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Bridges of Madison County)에 이와 같은 다리가 나온다. 그 영화는 비디오 빌려다 보면 된다.
참! 다리에 벽과 지붕을 왜 했을까?
그 답은 거기에 가면 알게 된다. 다리 중간 쯤에 서서 두 분은 반드시 키스를 해야된다. 남의 눈 안 뜨이게 두 눈을 꼭 감고 용감하게 뽀뽀하면 둘의 사랑이 더 깊어진다. 행복이 바로 그 순간 거기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 이제는 어디로 갈까? 여기서 10키로 쯤 되는 엘로라로 다시 갈까?
여기 한 번 구경와 보고서 홀딱 반해 가방 보따리 챙기고 식솔 이끌고 와서 아예 삶의 터전을 삼았다는 동포가 산다. 그가 바로 자칭 ‘촌놈(Country Boy) 치맨이다.
“촌놈이 별 수 있겠어요? 이왕 흙으로 돌아갈 바에야 좀 더 일찍부터 흙냄새, 거름냄새, 그리고 스컹크 방귀 냄새 맡아가며 살기로 했답니다.” 라 그는 말한다.
모처럼 연인끼리 놀러 나왔으니 집에 가서 저녁밥 먹기는 어찌 내키지 않지요? 그럼 어떡할까?
오랜만에 다정한 연인으로 돌아가 좋은 경치 구경했고 암벽등반도 했다! 이제는 뜨겁게 사랑 속삭이는 일만 남았잖아! 자! 가자!
자, 이렇게 해서 모처럼 날 잡아 당일치기 드라이브, 로맨스가 있는 나들이(Romantic Getaway) 한 번 멋지게 했다.
그동안 일하랴, 집안 살림하랴, 자식들 키우랴! 갖은 고생 다 해온 여인을 위해 정말 오랜만에 하루를 다 바쳤다!
행복한 아내는 남편을 기쁘게 해준다 했지 않는가?
2000. 10. 8
김치맨